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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탈시설 찬반 논란, 이제는 국가가 응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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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장총 작성일2022-05-03 17:36:40 조회3,0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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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에게도 쉴 권리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했고 예쁜 딸을 낳았다. 그런데 얼마 뒤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50 중반이 될 동안 쉴 틈 없이 살았다. 딸에게 좋다는건 다 해주고 무수히 노력했다. 그렇게 힘든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오는 동안, 국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장애아이를 돌보는게 힘든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내지 않고 장애인활동지원사 연결하고 소소하지만 지역사회 자원 연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냈고, 아이가 갇히진 않아도 되니까. 활동지원사가 집에 오면서 엄마에게도 잠시나마 쉴 틈이 생겼다. 내가 사는 삶을 우리 아이는 왜 살면 안되는지, 지금도 25만 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왜 탈시설하면 안된다는건지 엄마는 절규하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거주시설 필요해서 선택한 것, 선택권 인정해달라

여기 또 다른 엄마가 있다. 이 엄마도 장애아이를 키운다. 아이는 스무살이 넘어서부터 시설에서 살고 있다. 지금은 시설에 간지 십여 년쯤 흘렀다. 엄마는 가정보다 시설이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다 해줄 수 없는 교육, 재활, 사회관계.. 시설에서는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좋아서 보낸건 아니지만 엄마에게는 지금으로썬 최선의 대안이다.
    
아이의 장애유형이나 정도마다 상황이 다른데 무조건 시설은 안되니 나가야한다는 것은 국가가 보호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거라고 엄마는 생각한다. 집에서 장애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스스로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는걸 보면, 엄마에게 시설은 보호처이며 안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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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오전 10시. 시설을 찬성하는 엄마와 탈시설을 반대하는 엄마가 참석한 국회본청 회의장에서는 두시간 가량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되고 1년 반 만에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입법 공청회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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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청회가 열리기 직전 장혜영 국회의원은 국회소통관에서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는 국회 앞에 소복을 입고 법 제정 반대집회로 모였다. 끝나고는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 자리에는 이종성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창과 방패처럼 누구하나 질세라 싸우는 모양새다.

 

분명 우리는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 대해 바라보는 관점이 왜 이렇게까지 다를까? 분명한건 어느 한쪽이 옳고, 어느 한쪽이 그르다는 건 아니다.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엄마들의 심정은 동일하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국가가 우리 아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도 똑같이 간절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3년의 시범사업을 통해 좋은 모델을 만들어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시설에서 거주할 때보다 밖에 나왔을 때의 삶의 질이 더 나아지도록 충분한 지원체계를 만들어보겠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쉽사리 믿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무얼했으며, 지금의 예산으로 가능하겠냐고 양쪽 엄마들의 입장을 들은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법 제정을 제안한 최혜영 국회의원은 “많은 분들이 시설폐쇄법안이라고 오해하고 계시는데 어디에서도 시설을 범죄대상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질 의무가 있고, 책임지기 위해서 서비스와 예산 만들어야 된다는 걸 규정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이해를 촉구했다.  
 
해외사례를 보면 시설보다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살았을 때 기존 예산보다 2~30%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현장에 참석한 김기룡 교수(중부대학교)가 말했다. 비용절감 뿐만 아니라 독립기능과 자기통제력 향상, 사망률 감소, 도전적 행동 감소, 가족의 행복감 상승, 건강 증진 등의 성과가 보고되고 있고, 시설을 1이라고 했을 때 지역사회 거주시 비용편익이 2.7에 해당한다고 지역사회에서 사는 것이 비용편익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했다. 

마로니에공원에서 8인의 탈시설장애인이 노숙농성을 시작한지 10여 년이 흘렀다. 정부는 지난해에야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찬반 논란에 휩싸여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갈팡질팡하며 시간 끌 때가 아니다. 탈시설지원법의 필요성과 내용에 대한 국회 차원의 세부 논의 계획, 시범사업의 경과와 보완점 평가, 향후 방향 설정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참여 보장 등 촘촘한 대안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당사자와 가족의 마음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내 아이보다 하루 더 살고 싶은 장애아 부모들의 진심어린 심정에 공감하고, 엄마같은 꼼꼼한 서비스로 응답할 때다.



"지역사회에서 사는게 다 완벽하고 안전한건 아니에요. 문제도 발생하고 범죄도 일어날 수 있죠. 그치만 그게 사람 사는 삶 아닌가요? 의사가 저한테 밤에 라면먹지 말라고 하지만 전 밤에 라면 먹어요. 제 행복을 위해서! 발달장애인은 늘 보호하고 안전하고 올바른 삶 살아야 돼라는게 우리 사회 기준인데,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입법 공청회장에서 탈시설에 찬성하는 엄마의 이야기

 

작성자 : 남궁 은 책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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