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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방송의 날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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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장총 작성일2021-09-07 10:37:10 조회3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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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남규(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사)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9월이면 잔치 한마당을 펼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방송인들의 잔치 한마당, 방송의 날입니다. 방송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74년 전인 194793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국제무선 통신회의에서 대한민국은 'HL'이라는 고유의 호출부호를 부여받은 후 우리나라 방송의 진정한 독립을 이루게 되었고, 이에 93일을 방송의 날로 제정한 것입니다. 이 잔치 한마당에는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나라를 이끄는 대표적 최고 권력자, 리더들은 물론 외교사절단이 한 자리에 모여 축하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이 날 만큼은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방송인 자신들을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힘과 세를 북돋고 과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제 방송계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로 접어들며 그 채널수를 헤아리기조차 버거울 정도의 큰 세력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케이블TV 출범으로 다매체, 다채널시대를 열어가나 싶더니 2천 년대 초반 송출을 시작한 KT 스카이라이프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IP TV까지 등장하며 각자 전문 분야를 맡아 성장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성장을 과시해 온 방송계와는 달리 뒷 편으로는 소외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리워졌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TV는 눈으로만 즐기는 것! 아름다운 영상물을 보기 좋게 제작하고 방영하니 어쩌면 당연한 말인 듯하나, 그렇기에 TV를 눈으로만 즐길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버거운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는 시각장애인의 TV 시청의 불편 개선을 위한 작업 진행 과정에서 실감해야 했습니다. 우선 불편 개선 요청을 위한 접촉 단계에서부터 좀처럼 문을 열어 주려 하지 않았고, 이걸 뚫어야 하는 길은 험산준령처럼 힘겹기만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려 도입한 걸로 보이는 다음을 뜻하는 Next, 이 말을 없애기 위해 방송 관계자들을 만나고, 설득하며, 이해시켜 온 과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 편에 속상했던 당시가 생생하게 스쳐 지날 정도입니다. 때론 예쁘게, 때론 당차게 Next를 외친 후 TV 하단에 깔리는 방영프로그램의 자막, 음악과 동영상이 펼쳐진 후 자막과 영상을 거둬들이며 또 다시 음성으로 마무리하는 자사 로고를 들어야 했던 상황은 시각장애인 시청자들을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마치고, 이어지는 다음 프로그램이 뭔지도 모르는 채 방송이 시작되기까지 채널을 고정해야 하는 불편을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러했기에 방송사와 방송인들이 모여 자축하는 방송의 날, TV로 중계되는 잔치 마당을 보면서 시각장애인들을 소외시킨 방송사와 방송인들을 향한 무한의 축하의 마음을 전할 수 없었던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각장애인들도 방송인들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지난 5년여 동안 한시련의 슬로건인 시각장애인의 문화 향유는 안방에서부터.” 이 뜻에 적극 이해하며 공감하고 나선 방송사, 방송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KBS N 스포츠를 시작으로 한 KBS N 계열사의 드라마 및 예능에 이르기까지 급속한 변화를 보였고, 이 선한 영향력은 방송가의 시각장애인을 이해하는 몸짓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입니다. 스포츠 채널을 시작으로 시각장애인에게 있어 괴물로 불렸던 Next는 인기 방송사라면 없애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습니다. 한시련은 이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방송 시청 불편을 해소하는 방송사, 방송인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높여 줄 귀한 곳들이자 주역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고무적인 건 시각장애인들이 나서 방영프로그램 음성 삽입을 하지 않는 방송사들의 불편 사항에 대한 건의 제보를 해 와, 이를 시정하는 일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불편 개선 작업 과정에서 구축한 연결망으로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어의 시정을 요청하는 것 등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얻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 장애인들은 전기료에 포함되어 부과되는 KBS 수신료의 경우엔 면제 혜택을 받으니 둔감할 수 있겠지만, KT 스카이라이프를 비롯한 지역 케이블 TV IP TV에 내는 수신료에 대해서는 상당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KBS 수신료의 적게는 2.5배에서 많게는 9배 이상의 시청료를 매월 납부해야 하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받고 있는 서비스를 따져보면 형편없는 상황입니다. 한시련은 이를 개선하고자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해소하려 부단한 노력을 경주해 왔습니다. 그러나 저들의 닫힌 문은 좀처럼 열 수가 없었습니다. 사방을 찔러봐도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았기에 마침내 초강수의 공문을 발송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차 대상은 스카이라이프였습니다. 스카이라이프의 최고 강점은 산간 오지 섬 지역에까지 접시 안테나 하나면 선명한 음질과 화질의 방송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산간 오지나 섬 지역에 사는 시각장애인은 물론, 도시에 사는 시각장애인들도 스카이라이프를 설치해 방송을 시청취하는 중인데 시각장애인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차별 그 자체임을 한시련은 인지하고, 이를 해결할 목적으로 최후통첩의 공문을 발송한 바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고객을 차별하는 것에 대한 시정 조치가 즉각 이뤄지지 않을 시 모든 책임은 스카이라이프에 있음을 역설하며 빠른 조치를 촉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공문 발송은 한시련이 지난 3년간 끈질기게 접촉을 시도했으나 이에 불응해 온 탓이었습니다. 스카이라이프 측은 한시련의 요청 사항을 충분히 숙지했다며. 빠른 개선 조치를 서두르겠다고 공문 발송 하루 만에 전해 왔습니다. 그 첫 행보로 가이드채널 100번에서 자막과 영상 음악으로만 안내하던 가이드채널 방송에 음성삽입을 단행, 시행에 들어가 있습니다. 스카이라이프는 앞으로 시각장애인 고객을 위한 더 나은 서비스 개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으며 직통 연락망을 구축한 상황이니. 스카이라이프의 앞으로의 행보를 계속 주시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지난 5년간 한시련이 중점을 기울여 개선하려 한 것이 KBS 1TV 방영프로그램 음성삽입이었습니다. 재난방송사요, 광고가 붙지 않는 방송사라는 것을 이유로 한시련의 요구를 강하게 뿌리쳤던 곳에서 지금 주말과 휴일은 쉬지만 하루 4, 5개 정도의 방영프로그램엔 음성삽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2년 넘도록 앞으로 더 나아가지 않고 있는 게 딱하긴 하지만, KBS 안에도 시각장애인에게 뭔가를 좀 더 들려주고자 하는 구성원들이 있으니 조만간 그 날이 다가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개막한 패럴림픽 중계 개막식에서 들은 바 대로, ‘어떻게 하면 시각장애인들에게 정보 하나라도 더 전할까?’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음을 우리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언론은 공기와도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방송은 매일 접하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임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아무런 대가 없이 마실 수 있는 것이 공기인 것처럼 방송 역시 장애인, 비장애인이 동등한 시청자의 권리로 보고 들을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KBS 이재후 아나운서의 비장애인이라는 말에 시비를 거는 게 아닌 수신료의 가치를 높였다는 놀라운 반응. 여기에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행했던 그 말.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는 가슴으로 패럴림픽 중계에 임하겠다는 KBS 중계진의 각오는 많은 이들을 다시 한 번 감동에 젖도록 하기 충분했습니다. KBS 간부진들과의 만남에서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방송에 시각장애인은 없는 것인가라고 역설했던 당시 홍순봉 회장을 포함한 대표진들 접견 과정이 문득 스쳐 지납니다. 시각장애인을 국민의 틀 안에 넣는 바로 그 순간, KBS 한국방송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확충에 있어 피하고자 하는 핑계거리를 찾는 게 아닌 말 한마디라도 더 해주고자 하는 마음이 물밀 듯 샘솟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패럴림픽 후에도 장애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뜨거운 마음,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웃고, 울고, 분노하고,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요. TV를 보는 모습은 다양해도 우리는 모두 시청자입니다. 일부의 특별함이 아닌, 모두의 다양함으로. 동등한 시청자의 세상, 장애인 방송서비스가 만들어간다이 광고는 인기 방송사라면 다 하는 광고입니다. 방송인과 방송사가 함께 어우러져 장애인을 동등한 시청자로 여기고 방송하는 날! 방송의 날은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국민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즐기는 잔치 한마당이 될 것입니다. 아직 미흡하긴 하지만 2021 9월에 맞이하는 방송의 날, 올해에는 이 땅에 좋은 바이러스를 퍼뜨리고자 애쓰는 방송사, 방송인들에게 아낌없는 축하의 마음을 전해보고 싶습니다

 

2021.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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